Page 31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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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어난다. 착각이 깨진 그만큼 인연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새롭게 재인
             식된다. 이미 모든 차별적 모양이 자성의 구현임을 알게 된 입장이므로 그
             재인식은 평등성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고요함과 비춤의 동시실천


               착각이 없으므로 밝은 알아차림이 있고, 분쟁이 없으므로 고요함이 현

             전한다. 분쟁이 사라진 뒤의 고요함[寂]과 고요함 속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별상의 비춤[照]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것이 바른 수행의 길이고, 바른
             깨달음의 길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동시적이라야 한다. 만약 고요함에
             머문다면 이기적 초월을 지향하는 작은 불교가 될 것이고, 차별적 모양에

             치우친다면 힘이 부족한 보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그 치우

             침의 오류를 지적한다.


                  “고요하기만 하고 비추지 못한다면 그것은 돌멩이나 나무토막과

                  같고, 비추기만 하고 고요하지 못하다면 들뜬 상념에 지나지 않

                  는다.”


               고요함과 밝음을 동시에 실천하여 그것을 함께 구현하는 길을 걷는 것

             이 ‘큰 불교[大乘]’의 길이고 상적상조의 교리이다. 상적상조는 다양한 표현

             법을 갖는다. 법계의 이치로 보자면 현상과 본질의 통일[法性圓融]이 된다.
             원리에 따라 수행하는 차원에서는 멈춤과 통찰의 동시실천[止觀雙運]이 된
             다. 수행이 성숙하여 자연스러운 실천의 차원으로 진입하면 이것을 선정

             과 지혜의 동시실천[定慧等持]이라 말하고, 견성하여 성불하면 열반보리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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