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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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상적상조의 부처님인 비로자나불을 봉안한 해인사 대적광전.
槃菩提라고 표현한다. 성철스님이 자주 썼던 ‘쌍으로 막고, 쌍으로 비춘다
[雙遮雙照]’는 말도 그 동의어에 해당한다. 결국 상적상조는 이치적 차원, 수
행의 차원, 깨달음의 증득이라는 각 차원에 있어서 공히 그 진실성을 담보
하는 표준이 된다.
그런데 다시 비유담으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술독이 깨지는가? 선
지식이 문득 찾아와 그것을 깨뜨려 주는가? 물론 선지식을 잘 만나면 그
순간 착각의 술독이 깨지고 실상을 여실하게 보는 눈뜸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불교의 역사에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내려지는 순간 망상의 술독을
깨뜨리고 확실하게 눈을 떴던 견성의 사례들이 드물지 않게 남아 있다. 그
런데 왜 우리는 눈을 뜨지 못하는가? 선지식이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
다. 우주에 충만한 불보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하면서도 멋진 방편
으로 술독을 깨뜨려 주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준비가 미흡한 우
리들에게 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문을 두드리는 선지식을 우리
는 헛걸음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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