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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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왜곡되게 회상한다. 그러므로 기억할 때와 회상할 때 각각이 모두 중
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을 의미하는 단어로 염(sati, 念)이 있다. 산스크리트어 어근 스므리
(√smṛ)는 기억, 재인식, 알아차림의 의미를 가진다. 재인식은 기억을 떠올
리는 것, 즉 회상을 의미하므로 기억과 재인식은 기억의 영역으로 볼 수 있
다. 이렇게 되면 염은 기억과 알아차림이라는 크게 두 가지 용어로 번역할
수 있다. 기억과 알아차림이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
적으로 억념憶念이라는 번역어를 사용한다. 한자로 보면 염은 현재[今]의
마음[心]이 아니라 마음[心]을 모으는 것[亼]을 말한다. 마음을 모으는 것이
므로 기억이라는 의미가 가능하고, 알아차린다는 의미가 가능하고, 나아
가서는 집중한다는 의미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구口의 차원에서 보면 언어는 기억을 잘 하게 하는 수단이다.
기억은 변화하기 쉽고 소멸하기 쉽다. 이러한 변화와 소멸을 극복하기 위
해서 사용되는 것이 언어이다. 언어는 고정성(rigidness)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서 언어는 완결되는 동안 그 사이에 실재는 이미 생멸하여 다른
것으로 변해 버리므로, 그 실재 자체는 표현할 수 없다. 언어는 고정성으
로 인해서 실재를 표현할 수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언어를 사용한 축적으로서의 심心은 생각하다(think)와 밀접
하게 연관되어 있다. ‘축적하다’와 ‘생각하다’가 심心의 어원으로 함께 사용
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축적하다와 생각하다는 두 단어가
심心과 연결되는 방식은 생각 즉 언어에 의해서 축적한다는 것이 된다.
세 번째로 신身의 차원에서 심心은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감각정보가
축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몸은 감각기관을 통해서 감각기능을 한다.
의意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과 병렬적으로 감각기능의 역할을 하는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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