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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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선華嚴禪이지 육조로부터 바로 이어온 선종은 아니다.
보조국사가 육조스님을 추종하긴 했지만 그 말씀을 살펴보면 사실 화엄
선이지 조사선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떻게 보조국사의 가르침
이 선종이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화엄선과 조사선을 구분해
설명하면 더러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술 더 떠 교와 선이 어떻
게 다르냐고 덤비듯 따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삼랑진, 대구, 김천, 역이란
역은 다 거쳐 서울 가는 것하고, 부산에서 비행기 타고 곧장 서울로 가는
것을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혹자는 ‘3현 10성의 지위를 거치
는 데에도 3아승지겁의 세월을 경과한다고 했는데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단
박에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하고 의심하며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비행기를 생각해 보라. 부산에서 타면 눈 깜짝할 사이에 서울이
다. 아마 100년 200년 전 사람이 비행기 얘길 들었으면 미친 소리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옳니 내가 옳니 이렇다 저렇다 말씨름할 것 없이 직
접 비행기를 타 보면 안다. 자기 경험과 소견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저런 의
심으로 믿질 않는데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 하면 된다.
단박에 여래의 땅을 밟는 이런 묘방이 있음을 알고 속는 셈 치고라도 한
번 해보라. 해보면 부처님 말씀이 거짓이 아니고 역대 조사스님들의 말씀
이 거짓이 아니고 해인사 노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고불고조의 분명한 말씀을 확실히 믿고 화두를 부지런히 들어 비
행기 타고 서울 가듯 자성을 확연히 깨쳐 단박에 다 같이 성불하자.
- 성철스님의 책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장경각, 2007)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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