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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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규봉종밀의 『선원제전집도서』.


             돈오의 길을 열었던 혜능스님은 동행을 요구하는 사신 설간에게 목까지 내
             놓으며 황제의 부름을 거절하였다. 인연으로 만난 교화의 현장을 떠날 생

             각이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탈 정치적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러한 남북 간의 차별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돈오와 점수는 상호 간의 활발한 교섭 작용으로 그 모양을 다변화해 나갔
             기 때문이다. 규봉스님의 돈오점수설 같은 것이 그 전형에 해당한다. 그것

             은 남방의 돈오적 특성과 북방의 점수적 특성을 결합한 노력의 결과였다

             고 할 수 있다.
               교학에도 돈오와 점수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특히 원교圓敎, 즉 완전한 불교를 자처하는 천태나 화엄이 그렇다. 천태나

             화엄에서는 보살의 지위가 시작되는 10주 초주에 돈오견성이 일어난 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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