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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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그때 나는 사중의 여러 소임을 맡고 있어 공부할 시간이 없는 형편
이었어요. 이튿날 저녁부터 야경을 돌기 시작했어요. 초겨울이라 단단히
무장하고 보통 걸음으로 구석구석 돌면서 이상 없나를 확인하고 제자리 오
는데 1시간 쯤 걸려요. 알다시피 통도사는 건물이 참 많습니다.
▶ 추운 겨울 밖에서 야경꾼을 하셨군요?
그러니까 6시간 동안에 5번을
돌게 되는 거요. 순찰할 때는 대나
무 지팡이를 들고 다녀요. 대나무
를 짚거나 질질 끌면 소리가 울립
니다. 일부러 소리 나도록 끌고 다
녀요. 종무소 근처에서 시작하는
데 그 옆에 총무인 영암스님 주무
시는 방이 있어요. 이 소리가 꼭 한
사진 9. 『능엄경』 논강을 회고하는 인환스님.
시간마다 들려오면 노장님이 안심
하고 주무신단 말이요, 하하하~. 그리고는 4시부터 아침 8시까지 잠자리에
들지요. 출가 후로 강원에서 공부할 때 보통 4시간 잤으니까 아무 이상 없어
요. 8시에 일어나 후원에 가서 아침공양을 합니다. 이후 9시에 통도사 황하
각이라는 건물로 이동하여 논강을 시작합니다.
논강이 끝나면 점심공양하고 한 숨 잤어요. 밤 9시가 되면 다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야경을 시작해요. 그렇게 1958년 겨울을 지냈어요. 1959년 3
월 몸살감기에 걸렸는데 참으로 지독했어요. 원래 건강한 체질인데, 겨우
내 야경 보면서 체력이 약해졌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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