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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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동국대에 자리를 잡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976년에 교수직
을 그만두고 대한전통불교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했다. 대한전통불교연
구원은 원효사상에서 유래한 화쟁총화의 이념을 내세워 불교 학술연구와
대중포교 등을 지향했고, 한국불교의 계보학적 특성을 밝히는 데 주력했
다. 특히 1979년부터 총 12회에 걸쳐 국내외 불교학자들이 모여 연구성과
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그의 관심사이기도 했던 한국불교의 대표적 인물들이 대회 주제로 망라되
었는데, 1회 균여, 2회 원효, 3회 의상, 4회 최치원, 6회 지눌, 7회 서산(휴정),
8회 김시습, 12회 도선이었다. 이 밖에도 아시아 불교의 원류와 유파, 동아
시아 화엄, 신라와 당의 불교, 『육조단경』 등 다채로운 주제들이 선정되었다.
이중 의상 화엄을 종합적으로 다룬 제3회 대회는 일본 류코쿠대, 아시아 불
교를 주제로 한 제5회 대회는 대만 불광사에서 개최되었다.
김지견은 이처럼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다가 1983년에 다시 강단
으로 복귀하여 강원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어 1989년에는 한국정
신문화연구원(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종교실의 교수가 되
었다. 이후 1997년 정년퇴임을 한 뒤에는 일본 국제문화연구센터 객원교
수, 도쿄대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2001년 도쿄 신주쿠에 있는 상원사常圓
寺에서 향년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잊혀진 한국불교 문헌을 되살리다
김지견은 당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잊혀진 한국불교 문헌을 수집하
고 간행하여 한국불교 사상의 외연을 넓히고 관련 분야 연구를 활성화하
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먼저 1968년에 일본 요코하마의 가나자와 문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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