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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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 연유라 하겠다.
『조당집』에서는 양개가 오도悟道하여 법을 펼치고 있을 때, 어떤 승려가
“선사는 남전 선사를 뵈었으면서 어째서 운암雲巖의 제사를 지냅니까?”라
고 묻자 “나는 저 운암의 도덕을 중시한 것이 아니고, 또한 불법을 위한 것
도 아니다. 다만 그가 나에게 설파說破해 주지 않았음을 중시한 것이다.” 7)
라고 답하는 구절이 보인다. 이로부터 남전의 법을 받지 않고 운암담성의
법을 계승했는가에 대한 해명을 엿볼 수 있다.
무정불성과 과수도영의 오도
『경덕전등록』의 전기에 따르면 양개는 이후 위산영우潙山靈祐를 참알하
여 남양혜충南陽慧忠의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물었고, 영우와의 문답에서 계
8)
합契合하지 못하자 영우는 운암담성을 소개하여 주었다고 한다. 『동산양
개선사어록』에는 양개가 운암담성을 찾아가 나눈 다음과 같은 문답을 싣
고 있다.
“무정설법은 어떤 사람이 듣습니까?” 운암이 “무정無情이 들을 수
있다.” 양개가 “화상은 들으셨습니까?”라고 묻자 운암은 “내가 들
었다면 그대는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하게 된다.”라고 하자 양개는
“제가 어째서 듣지 못합니까?”라고 하자 운암은 불자拂子를 세워
들고서 “들었는가?”라고 묻자 양개는 “듣지 못하였습니다.”라고
7) 앞의 책. “問: 師見南泉因什摩為雲嵒設齋? 師曰: 我不重他雲嵒道德, 亦不為佛法. 只重他不為
我說破.”
8) [宋]贊寧, 『景德傳燈錄』 卷15(大正藏51, 321c), “此去石室相連有雲巖道人. 若能撥草瞻風, 必為子之
所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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