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P. 55
이른바 ‘불교 윤리(Buddhist Ethics)’의 학문
적 역사는 고작 60여 년에 불과하다. 윈스톤
킹이 자신의 책 『열반을 희망하며(In the hope
of Nibbana)』(1964)에서 불교와 윤리의 관계에
대해 상식적인 물음을 던진 것이 사실상 불교
윤리학의 출발이었다. 그 후 자야틸레케와
사진 1. 윈스톤 킹(Winston King)의 책
프레마시리, 하말라바 사다티사, 칼루하파
『열반의 희망 속에서(In the
나, 다미엔 키온, 피터 하비 등에 의해 학문 Hope of Nibbana: The Ethics of
Theravada Buddhism)』 (Pariyatti
Publishing, 2020).
적 명맥이 근근이 이어져 오다가 30년 전인
1994년에 다미엔 키온과 찰스 프레비쉬가 중심이 되어 온라인 《불교윤리
저널(Journal of Buddhist Ethics)》이 창간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하
지만 아직도 불교 윤리에 대한 교학적 관심과 전문적인 연구자의 숫자는
다른 불교학 연구 분야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불교가 사회규범이나 계율의 합리성에 대한 이론적 비판을 수용하
지 않으려는 수행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알다
시피 불교에서는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과 같은 윤리적 판단기준이 처
음부터 분별지의 영역에 속하는 담론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열반과 같은
궁극적인 진리는 세속적 분별지를 넘어 초세간적인 무분별지의 경지에 이
르렀을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불교도 세상의 일에 귀를 기울이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옳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틀렸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종
교가 세상을 가르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시민들의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