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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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적 지식을 과감하
게 실제로 적용해 봄으로써 개인의 도덕적 실천
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청될 것으로
보인다.
붓다의 가르침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가치체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편의성과 실용성은 만족할 만큼 갖추지 못했다.
소위 온고溫故의 가치는 지신知新에 있고, 계왕繼
往의 목적은 개래開來에 있지 않겠는가. 전통 교
사진 4. 피터 하비(Peter Harvey)
의 책 An Introduction 학이 ‘이전의 것을 따뜻하게 덥히거나 앞서간 것
to Buddhist Ethics:
Foundations, Values 을 계속 잇는 것’에 빗댈 수 있다면, 불교 윤리는
and Issues(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새로운 것을 알거나 앞으로 다가올 것을 미리
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앞말이 중
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뒷말의 실천에도 적극
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세상은 2,500년 역사의 불교 전통을 향해 근본적인 취지보다는
실천적인 접근의 가치를 더욱 강조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연
재를 계기로 전통불교의 풍부한 ‘콘텐츠’와 서양 윤리학의 체계적 ‘시스템’
이 서로 상보相補하는 가운데 불교 윤리의 가치와 효용성이 한층 더 업그
레이드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붓다의 위대한 교설이 서양 윤리학의 방법론
과 중도中道의 자리에서 만난 불교 윤리학이 체계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
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호부터는 세
상의 몇 가지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불교적 입장을 간략하게 소개해 볼 작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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