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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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가 “어찌 빨리 말하지 않는가?”라고 다그치자 초수좌는 “따지
면 얻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선사가 “말하라는 것도 답하지 못
하면서 어찌 따지면 얻을 수 없다고 말하는가?”라고 하자 초수좌
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선사는 “불佛과 도道는 모두 명
언名言일 뿐이다. 어째서 가르침을 이끌어 답하지 못하는가?”라고
하였다. 초수좌는 “가르침에서는 무어라고 말합니까?”라고 물었
다. 선사는 “뜻을 얻으면 말을 잊음[得意忘言]이다.”라고 하였다.
초수좌는 “오히려 가르침의 뜻을 마음에 두어 병을 만듭니다.”라고
하자, 선사는 “도계, 불계라고 말하는 병은 얼마나 되는가?”라고
물었다. 초수좌는 다시 대답이 없었다. 다음날 초수좌가 홀연히 천
화遷化하였다. 이로 인해 당시 선사를 ‘질문하여 수좌를 죽게 한 양
개[問殺首座价]’라고 칭하였다. 1)
이 일화는 『경덕전등록』 권15, 『조당집』 권6에 실린 양개의 전기에도 기
록되어 있다. 그러나 『경덕전등록』에서는 “크게 기이하고, 크게 기이하도
다! 불계와 도계가 부사의하구나.”라는 것이 초상좌初上座의 시중示衆이라
고 하고, 『조당집』에서는 초수좌가 아니라 정政상좌라고 한다. 이로부
3)
2)
터 양개의 면밀綿密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분석하자면, 양개가 말
1) [明]語風圓信, 郭凝之編集, 『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大正藏47, 521a), “師在泐潭, 見初首座, 有語
云: 也大奇, 也大奇! 佛界, 道界不思議. 師遂問云: 佛界, 道界卽不問, 祇如說佛界, 道界底是甚
麽人? 初良久無對. 師云: 何不速道? 初云: 爭卽不得. 師云: 道也未曾道, 說甚麽爭卽不得? 初無
對. 師云: 佛之與道, 俱是名言. 何不引敎? 初云: 敎道甚麽? 師云: 得意忘言. 初云: 猶將敎意向
心頭作病在. 師云: 說佛界道界底病大小? 初又無對. 次日忽遷化. 時稱師爲問殺首座价.” [日本]
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08c).
2) [宋]贊寧, 『景德傳燈錄』 卷15(大正藏51, 322a), “師在泐潭見初上座示衆云: 也大奇也大奇佛界道界
不思議.”
3) 靜, 筠編, 『祖堂集』 卷6(補遺編25, 421b), “師到氻潭, 見政上座謂衆說話云: 也太奇, 也大奇! 道界不
可思議, 佛界不可思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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