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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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은 움직이는 작용에 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선사
              는 시자를 불러 과자상을 치우게 하였다.           8)



           여기에서 언급하는 ‘일물一物’은 명확하게 우주의 본체本體, 바로 진여본

          체眞如本體를 가리키고 있음은 의심할 바가 아니다. 이 본체는 바로 하늘과
          땅을 유지하며,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기세간器世間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바로 ‘동용動用’이라고 하겠으며, 그로 인하여 만물이 출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물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명확하게 반야의 소

          상파집掃相破執의 원칙에 배치背馳된다. 이는 반야에서 실상實相을 설정하
          면서 실상의 상태는 바로 무상無相이라고 하여 실상무상을 논하는 논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본체의 일물을 논하면서 무일물無一
          物을 제창하고 있다고 하겠다. 양개가 일물을 물었을 때는 당연히 무일물

          의 대답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태수좌는 동용에 허물이 있다고 하
          니, 그대로 시자를 불러 과자상을 치워 버렸다고 하겠다.
           양개가 설정하는 불병이나 일물, 무일물 등은 사실상 모두 본체를 가리

          키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불병과 일

          물, 무일물 등에 천착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망집妄執이 되는 것은 또한 자
          명한 도리이다. 앞에서 언급한 ‘문살수좌’에서도 초수좌가 말한 불계와 도
          계는 당연히 부사의하다. 그러나 그에 천착한다면 결코 부사의한 것이 아

          니라 철저한 망집으로 전락하고 만다.

           『서주동산양개선사어록』에는 양개가 입적하기 직전에 나눈 것으로 추정



          8)  [明]語風圓信, 郭凝之編集, 『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大正藏47, 523a), “師與泰首座, 冬節喫菓子次,
           乃問: 有一物. 上拄天, 下拄地, 黑似漆, 常在動用中, 動用中收不得. 且道: 過在甚麽處? 泰云:
           過在動用中. 師喚侍者, 掇退菓卓.”, [日本]慧印校訂,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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