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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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득의망언得意忘言’의 의미로
부터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득의망언은 왕필王弼이 새
롭게 칭제건원稱帝建元을 한 조
위曹魏를 위하여 통치이념인
현학玄學을 건립하면서 출현한
인식방법론이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왕필의 득의망언은 바로 언부
사진 1. 동산양개 선사.
진의言不盡意를 바탕으로 제창
한 것이다. 즉, 형식적인 명언名言으로는 절대로 성인聖人의 참다운
의意를 파악할 수 없다는 언부진의의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득의망언을
도출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득의한 이후에 망언이라고 해석하지만, 오히려 망
언이 득의의 전제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여 형식을 부수는 망언이 선행되어야 참다운 성인의 본의本意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초수좌가 “불계와 도계가 부
사의하다.”라고 찬탄한 것을 양개는 철저하게 명언에 천착하고 있는 것으
로 본 것이고, 그렇게 찬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를 질타한 것이다. 또한
득의망언이라고 한 것을 두고 초수좌가 병이라고 하자 양개는 도리어 불
계, 도계에 천착하고 있는 그대의 병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물었고, 그
에 답하지 못한 초수좌는 결국 은산철벽銀山鐵壁에 부딪쳐 홀연히 죽음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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