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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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가 병든 승려를 문병하자, 승려는 “화풍火風이 흩어질 때는 어
                  떠합니까?”라고 말하였고, 선사는 “올 때는 무일물無一物이요, 가
                  는 것 또한 그것을 따라 맡긴다.”라고 하였다. 승려가 “늙고 병들

                  면 어찌합니까?”라고 묻자 선사는 “모름지기 병들지 않음[不病]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승려가 “어떤 것이 병들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깨달으면 조금의 거리도 없고, 깨닫
                  지 못하면 산등성이처럼 멀어진다.”라고 하였다.             7)




               본래 불교에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병에 걸린다는 사대부조四大不調를 병인病因으로 설정한다. 그에 화풍火
             風이 흩어질 때, 즉 늙어서 사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병들면 어찌할 것

             인가 하는 질문에 불병不病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

             에서 불병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위의 인용문에서는 무일물無一
             物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의 실마리를 『서주동산양개선사어
             록』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엿볼 수 있다.




                  선사가 태수좌泰首座와 함께 동지冬至의 과자를 먹고 있다가 묻기
                  를, “어떤 하나의 물건[一物]이 있어 위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아래

                  로는 땅을 세우는데, 검기가 옻칠과 같다. 항상 움직이는 작용[動
                  用] 가운데 있지만, 움직이는 가운데서도 거두지 못한다.”라고 하고

                  다시 말하기를, “어디에 허물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태수좌는



             7)  [日本]慧印校訂,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1a), “師看病僧, 僧云: 火風離散時如何? 師
               曰: 來時無一物, 去亦任從伊. 云: 爭奈羸瘵何? 師曰: 須知有不病者. 云: 如何是不病者? 師曰:
               悟則無分寸, 不悟則隔山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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