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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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입적에 이르는 노환이 걸렸을 때도 역시 불병을 논하고 있다.
이러한 문답 이후에 양개는 다시 승려들에게 묻기를, “이 몸뚱아리[殼漏子]
를 벗어나면, 어떤 곳에서 나와 서로 만나겠는가?”라고 하자 대중들은 답
10)
이 없었다. 그러자 양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보였다.
학인은 항하의 모래처럼 많으나 깨달은 이 하나 없으니
남의 혀끝에서 길을 찾는데 허물이 있구나.
형체를 잊고 종적을 없애려 하겠으나
부지런히 노력하여 공空 속을 걸어라.
學者恒沙無一悟 過在尋他舌頭路
欲得忘形泯蹤跡 努力段勤空裏步
이러한 게송을 남기고 양개는 대중들을 위하여 우치재를 지내고 입적하
였다. 양개는 자신이 운암과 헤어지기 전에 물었던 “백 년 후 홀연히 어떤
사람이 선사의 참모습을 찾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라는 것과 유
사한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졌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고, 그 답답한 심경
을 입적게入寂偈에 담았다고도 짐작할 수 있다.
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5a).
10) 앞의 책. “師又曰: 離此殼漏子向什麽處與吾相見? 衆無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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