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P. 119

의 폭포를 뚫고 들어가 부
             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의 본
             래면목, 본래 부처를 발견

             한 것이다.

               『서유기』의 상징체계로
             볼 때 수렴동의 돌 가구들은
             적어도 몇 가지의 의미를 갖

             는다. 우선 돌은 견고하다.

             그래서 늘거나 줄지 않는다.
             다음으로 돌 석石 자는 옛날
             석昔  자와  통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또한 돌[石]은 부처[釋]
             와 발음이 같아서 뜻이 통한
                                        사진 4. 왕이 된 원숭이.
             다.  세월을  벗어나  증감이

             없고, 움직이지 않으며, 생멸을 벗어나 있는 돌의 특성이 부처에 대한 정의

             와 일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살림살이가 다 돌[石=釋]인 것이다.
               다음으로 돌 가구들은 무분별 속의 분별을 상징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당장 돌 동굴이라는 세계에서 돌 원숭이라는 주체가 돌 가구라는 대상을

             쓰며 살아간다. 세계와 나, 주체와 대상이 모두 돌이라는 점에서 둘이 아

             닌 것이다. 그리하여 돌 가구가 완비된 동굴은 일진법계이고, 돌 원숭이는
             여래장 자성청정심이다. 돌 원숭이가 돌 동굴에 진입하는 순간, 진리 그 자
             체와 수행자의 마음이 둘 아닌 관계로 융합된다. 돌 동굴에 완벽하게 갖추

             어진 돌 가구들이 상징하는 바가 그것이다.



                                                                         117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