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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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쳐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으로 보태려니
온갖 가축 못 다 기르나 소 말 닭 개는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나물은 때가 일러 들나물을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추어 캐어 두소.
촌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2월령입니다. 24절기를 기준으로 음력으로 기록
했기에 2월령은 양력 3월에 해당합니다. 동안거 해제일에 맞춰 어른들을
따라 백흥암에 참배하러 갔을 때 어느 노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문득 생
각이 납니다. 나물 중에 가장 맛있는 나물은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싹 나물
인데 지금은 너무 이른 봄이어서 마땅히 차려 줄 반찬이 없다는 말씀이셨
습니다. 슴슴하고 담백한 맛의 사찰음식은 늘 맛있고 따뜻했기에 우리 일
행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산나물은 때가 이르니 들나물을 캐어 먹자는 정학유의 글을 통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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