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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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 이치를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생로병사라는 말을 주로 많이 쓰
고, 물건을 두고 말할 때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는 말을 씁니다. 무엇이 생
성되었으면 한참 유지되다가 슬슬 부서지고 고장이 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마치 자동차처럼 폐차되고, 마침내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는데 그
것을 공空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저 사람은 무엇이 좋고, 무
엇이 나쁘다”, 이런 생각이 생겨나 한참 유지가 됩니다. 그러다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런 것을 생주
이멸生住異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표현만 다를 뿐입니다. 생로병사라든
지 성주괴공이라든지 생주이멸이라든지 그 표현은 다르지만 그런 말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모두 무상의 이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존재가 생겨나고, 유지되고,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이 곧
‘시생멸법是生滅法’입니다. 나고 사라지는 법칙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생
멸멸이生滅滅已 즉, 그와 같은 무상의 변화가 다 사라진 상태가 바로 적멸
위락寂滅爲樂입니다. 나고 죽는 무상의 번거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요
해진 상태가 참다운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열반이야말로 최고의 행
복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스님들이 돌아가셨을 때 열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열반의 참 의
미는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번뇌와 망상이 다 끊어져 최고로 편안한 마음
상태를 말합니다. 그 어떤 동요도 없는 이런 마음 상태가 열반입니다. 일
례로 물 한 그릇 떠 놓았을 때 바람이 일면 물이 약간 찰랑거리기도 합니
다. 일체 그런 것 없어 바닥까지, 수심이 아무리 깊어도 속이 훤히 보이는
그런 맑고 깨끗한 상태가 되었을 때 그것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번뇌 망상
이 완전히 사라진 최고의 마음 상태가 열반입니다. 거울로 비유하자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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