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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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표면의 먼지가 완전히 닦여져서 어떤 대상이든지 거울 앞에 갖다 대기
만 하면 그대로 비춰 보이는 그런 상태입니다.
화두, 열반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끝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 아득한 생사의 고리를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경지야말로 수행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그리고 내 마
음이 그런 상태로 도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화두 참선입니다. 제
일 빨리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입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이런저런 여러 가지 수행 방법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수식관數息觀이라든지 명상이라든지 여러가지 수행법들이 쭉 전승돼
왔습니다. 화두 참선 수행법은, 물론 아함을 비롯한 경전에 부처님께서 직
접 화두라는 말을 사용하신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부처님께서 질문
하고 제자들이 대답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대목들이 화두
하는 수행법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어떤 물체를 관상觀相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런 방법도 있
습니다. 이런 수행법이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인도와
같이 모든 것을 걸식, 즉 수행자들이 탁발로 얻어먹고 정진만 하고 살 수
있는 형편이라면 그런 전통들이 유지되고 괜찮은 수행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으로 불법이 전해오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산악 지역이 많고 풍토가 인도와 완전히 다르고, 사람들은 기존 종교나 관
습에 젖어 있었습니다. 자연히 불교가 들어와도 기존의 방식대로 살아가
기도 어렵고, 기존의 공부 방법으로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언구言句를
의심하는 화두 수행법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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