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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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 또 다른 집중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화두를 들려고 애를 쓰는 게 온
          당한 것일까?
           능엄주 할 때는 그저 능엄주에, 그리고 능엄주를 하는 나 자신에 몰두하

          여야 한다. 참선을 하면서 조도법으로 능엄주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마찬

          가지다. 적어도 능엄주를 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하는 능엄주에 몰두하여
          야 한다.

           능엄주를 하면서 화두를 들려고 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의식(마음)
          만 분열되고 분주해지게 만드는 꼴이 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화두만 하

          며 집중하려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많은 큰스님들이 “항상 깨어 있으
          라.”는 말씀을 하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 항상 ‘내가 하고 있는 것’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 없이 늘 자각하고 있으라는 말씀일 것

          이다. 이 점 깊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성철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면 “법문을 들으면서도 화두가 들려야 한다.”
          는 말씀이 있다. 이는 화두에 의도적으로 의심을 하지 않아도 의심이 계속
          해서 일어나는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이런 진의심眞疑心이

          일어나는 상태가 되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의심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그 의심 속에서 모든 행위가 일어난다. 화두에 의심
          을 일으켜서 어서 이런 진의심의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
          직 진의심의 상태가 아닌 단계에서는 자칫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즉 이

          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의식의 분산만 초래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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