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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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새해가 오기 전 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정인사가 성철 큰스님의 가
르침을 받드는 사찰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불사에 큰 힘이 된 것입
니다. 큰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신 뒤에도 전법도량을 일구게 해 주셨고, 그
런 큰스님의 덕화로 지금까지 정인사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며[無所從
來], 또한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다[亦無所去].”라고 하셨습니다. 큰스님의
가르침 또한 가고 옴이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새로 마
련한 법당에서 큰스님의 가르침대로 기도하고 수행한다면 큰스님의 법은
항상 우리들과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닫고 마음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되었
습니다.
게다가 큰스님께서는 입적하시기 전에 이미 정인사正印寺라는 사명寺
名을 내려주신 터였습니다. 큰스님께서 내려주신 절 이름들에는 모두 ‘바
를 정正 자’가 들어 있습니다. 한결같이 정법만으로 불자들을 인도하라는
큰스님의 뜻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인正印’이란 ‘해인삼매海印三昧’와 같은
맥락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수행을 통해 우리들의 마음이 순일
하게 하나로 모이면 마음은 마치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아지게 됩니다.
그때 모든 중생들의 내면에 본래 구족되어 있던 저마다의 ‘옛 거울[古鏡]’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 거울 속에 삼라만상 모든 존재의 이치가 다 드러난다
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정인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바른 마음의 도장’이라는 뜻도 됩니다. 불
자들과 함께 일군 이 도량에 오로지 정법을 전하고, 사람들의 가슴에 정법
을 새기라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인사라는 이름에는
누구나 기도와 수행으로 마음공부를 잘해서 자신의 본성을 밝히라는 큰스
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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