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37

‘절’을 하는 것은 내 안의 에고를 덜어내기 위함입니다. 아니 내 안의 에
             고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남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그 이기적인 마음을 없
             애기 위해서는 거꾸로 남을 높여 주어야 하며 남 앞에서 나를 낮추는 수련

             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철 큰스님께서 우리에게 3천배를 하라고 하신

             이유입니다.
               질문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들 주변엔 굳이 3천배씩이나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한 번

             의 절을 하더라도 마음을 지극하고 정성스럽게 모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

             다.”라고 말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3천배를 하다 보면 힘이 들어서 ‘퍽 엎어졌다가 간신히
             일어나고, 다시 엎어지고 힘겹게 일어나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원할 때 언제든지 마음을 지극하고 정
             성스럽게 모을 수 있다면, 사실 절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마다 하
             는 방법은 달라도 모든 수행은 내가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

             을 길들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절 수행도 내 의식을, 내 정신을 내가

             마음대로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나는 마음을 지극하게 모으고 싶어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상
             태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속기도 합니다. 변덕스러운 마음에서 잠

             시 일으킨 정성이란 심정心情에 젖어 모아졌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얼마나

             갈까요? 상황이 바뀌면 저 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듯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나의 내면에 깊게 배어
             있는 ‘나라는 에고의 습기習氣’가 나를 이토록 산만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주인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주인으로



                                                                          35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