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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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일 뿐이지 않을까요?
한편으로는 3천배를 하는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제 주변에서도 부쩍 절을 많이 하시는 분
들이 많이 보입니다만 그분들이 모두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분들로는 보
이지 않거든요. 절을 강조하고 절을 많이 하는 정림사에서는 ‘절’에 대해
어떤 뜻을 지니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답 변
마음의 눈을 뜬 분들에게는 본래 ‘중생’은 있지 않다고 합니다. 모두가
있는 그대로 원만한 존재들(‘각覺의 상태’)이라고 하지요. 다만 이러한 사실을
보지 못하여 모르고 있을 뿐(‘불각不覺의 상태’)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각覺’(부처의 상태)이면서도 ‘불각不覺’(중생의 상태)으로 있는 것일까요?
누가 “어떤 것이 불교입니까?” 하고 물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세상과 거꾸로 사는 것이 불교다.’ 세상은 전부 내가 중심이 되어
서 나를 위해 남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지만 불교는 ‘나’라는 것을
완전히 내버리고 남을 위해서만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과는
거꾸로 사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에는 남을 위하다
가 내가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지만, 설사 남을 위하다가 배가 고파
죽는다고 해도 남을 위해서 노력한 그것이 근본이 되어서 내 마음
이 밝아지는 것입니다. 밝아지는 동시에 무슨 큰 이득이 오느냐 하
면 내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 부
처라는 것을….” -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하신 성철 큰스님 대중법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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