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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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동의 부수 현상
             이다. 앞으로 누누이 확
             인하겠지만, 붓다의 가

             르침은 ‘지금 여기의 정

             신·신체  현상에서  누
             리는 열반’, 즉 ‘죽음의
             열반’이  아닌  ‘삶의  열

             반’(현법열반現法涅槃)에 초         사진 1.  성을 넘어 출가하는 붓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사진: 서재영.
             점을 맞추고 있다. 니까
             야/아함 경전이나 초기 교학을 탐구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다. 붓
             다의 길을 걷는 학인이라면, 니까야를 비롯한 모든 불교 언어를 ‘삶의 열

             반’과 연관시켜 탐구해야 한다. 깨달음이라 하든 견성이라 하든, 그것은 살

             아서 누리는 열반 경험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여야 한다.


                목적지로 이끄는 붓다의 안내




               <각 종교가 설하는 길들은 결국 같은 목적지로 이끈다>라는 종교 일치
             론적 신념은 사실이 아니라서 신빙성이 없는 명제다. 뿌리가 같은 기독교
             나 이슬람교의 길과 목적지에 대해서는 그런 신념이 유효할 수 있지만, 불

             교·유교·도가의 길과 목적지까지 묶어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목적지

             와 그곳으로 안내하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교 화해는 다른 지혜와 방
             식으로 이루어야 한다. 목적지와 길을 선택하게 한 조건들, 관점을 발생시
             킨 조건들을 사실대로 성찰하는 사유 능력의 향상과 그 노력이 궁극적 해

             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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