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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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절대의 실재를 철저히 부정했다. 따라서 열반·깨달음은 불변·절
대의 궁극실재를 체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완전하다>라는 관점이 다
른 하나이다. <열반은 모든 것이 사라진 허무의 상태이다>라고 보는 허무
주의 시선이 아니라면, 두 관점은 모두 ‘지고한 행복 상태로서의 열반’, 즉
‘경험으로서의 열반’(nibbāna as a state of experience)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
이다. 양자의 차이는 열반을 경험 상태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경험 상태
인 동시에 ‘존재 상태’(state of existence)라고 볼 것인가에 있다. 열반을 ‘존
재 상태’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실재(reality)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영
원한 실재’(everlasting reality),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 ‘절대적 실
재’(absolute reality) 등으로 열반의 존
재 상태를 지칭한다. <동일한 내용
이 불변하는 존재 상태가 실재한다>
라는 생각은, 언어 인간이 품게 된
언어적 환각이다. 세계와 우주 그 어
디에도 그런 존재는 없다. 모든 존재
는 ‘변화·관계의 특징적 양상이 일
정 기간 그 양상의 유사 패턴을 유지
하는 역동적 사태’일 뿐이다.
열반을 ‘존재 상태로 보는 시선’과
‘단지 경험 상태로만 보는 시선, -
이 두 시선이 향하는 목적지는 하늘
과 땅만큼 서로 다르다. 그래서 어떤
시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사진 2.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
님, 간다라(2~3세기), 독일 국립베를린아
다른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전자의 시아박물관. 사진: 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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