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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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식色受想行識이라는 오온五蘊으로 구성된 일시적 가합假合이라는 것입니
          다. 이런 이론에 의하면 영구불변의 실재로서의 독립적 ‘나’는 있을 수 없
          습니다. 마치 수레라는 것은 바퀴, 판자, 심보, 밧줄 등으로 구성된 것에

          붙여진 이름일 뿐, 수레 자체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로 알고 살아

          가는 것은 순간순간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과정의 연
          속이라고 합니다. 죽음이란 이 다섯 가지 요소가 극적으로 흩어지는 것입
          니다.

           무아의 또 다른 논리적 바탕은 불교의 연기緣起(pratītya-samutpāda) 사상

          입니다. 연기란 세상의 모든 사물이 예외 없이 다른 무엇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 영구불변
          의 독립적 실체로서의 ‘나’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자아란 이렇게 실체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잡착할 가

          치가 없다는 것, 거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나아가 이렇
          게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라는 것이 없으면 모든 사람, 모든 사물과 ‘하나’
          라는 것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사실 무아는 우리의 개인적 자아뿐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세계의 모든 사물에도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덧없다는 ‘제행
          무상諸行無常’, 모두가 괴로움이라는 ‘일체개고一切皆苦’와 함께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공통된 모습이라 합니다.




            무아에 대한 비교종교학적 접근


           무아의 가르침은 세계 중요 종교들 밑에 깔려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

          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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