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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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어떤 승려가 “학인은 온몸이 병들었으니 선사께 치료를 청합니다.”

                  라고 하자 선사는 “치료하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승려가 “어째서

                  치료해 주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너를 살리지도 죽이지
                  도 못한다.”라고 하였다.      1)



               이 문답에서 어떤 학인이 조산에게

             자신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청하자 조
             산은 치료를 거부하면서 “너를 살리지
             도 죽이지도 못한다.”라고 답하고 있

             다. 조산이 이렇게 답한 의미에는 다양

             한 해석이 가능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개는 무시이래無始以來로
             끊임없이 상속되어 윤회하는 것을 ‘병’

             으로 보고 있고, ‘불병不病’은 일물一物

             혹은  무일물無一物  등과  같은  본체本
                                                  사진 1.  조산본적曹山本寂(840∼901) 선사. 동산
             體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양개洞山良价 선사를 계승하여 조동
                                                       종을 창종했다.
               그런데 엄밀하게 논하여 ‘병’의 입장
             에서는 우리 존재의 생명 현상은 언제나 지속하는 연속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세간법世間法인 업설業說에서는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행위, 즉 업業을 일으킨다면 그에 상응한 과보果報를 받는다는 도리를 밝히


             1)  [日本]慧印校, 『撫州曹山元證禪師語錄』(大正藏47, 528a), “僧問: 學人通身是病, 請師醫. 師曰: 不醫. 僧云:
               爲甚麽不醫? 師曰: 敎汝求生不得, 求死不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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