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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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다른 말로 하자면 돈오를 이룬 사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진眞·
          속俗의 모든 경계는 모두 법리法理에 지배를 받는다. 이는 『육조단경』에서
          ‘무념無念’을 설할 때, “없음[無]은 이상二相의 모든 번뇌에 치달림[諸塵勞]을

                                                              8)
          떠난 것이고, 생각[念]은 진여본성眞如本性을 생각하는 것이다.” 라고 하는
          것과 같이 진리와 세간의 추구는 처절하게 만법에 짝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문답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8에 실린 방거사龐居士
          전기에서 마조를 찾아가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라

          고 묻자 마조는 “그대가 서강西江의 강물을 한입에 다 마셔버린다면 말해

                                                                9)
          줄 것이다.”라고 하자 깨달음을 열었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본적의
          대답도 마조와 유사하게 “너는 홍주성의 그 수많은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를 말해 보아라.”라고 답하고 있는데, 역시 돈오의 경계를 의미하고 있다

          고 하겠다.



            재앙이 있음을 알면 되지, 벗어나 뭐 하겠는가?



           『조산어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이 일을 알고 싶은가! 가령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된다고 해도 그저
              이럴 뿐이다. 삼도지옥三塗地獄과 육도六道에 떨어진다 해도 그저

              이럴 뿐이다. 비록 쓸모가 없으나 그렇다고 그를 떠나려야 떠날 수

              도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그를 주재主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8)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38c), “無者無何事? 念者念何物? 無者離二相諸塵勞, 念者念眞如本性.”
          9)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8(大正藏51, 263b), “後之江西參問馬祖云: 不與萬法爲侶者是什麽人? 祖云:
           待汝一口吸盡西江水卽向汝道. 居士言下頓領玄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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