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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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가 묻기를, “선사는 항상 학인들에게 ‘조도’를 행하라고 가르치
시는데 아직 무엇이 조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선사는
“한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승려가) “어떻게 행합니
까?”라고 하자 선사는 “바로 모름지기 발아래에 사사로움이 없게
가라.”라고 하였다. “다만 그렇게 조도를 행하면 바로 본래면목本
來面目입니까?”라고 물었다. 선사는 “사려(闍黎: 阿闍黎 즉 阿闍梨의 略
稱)는 무엇 때문에 깊이 전도顚倒되었는가?”라고 물었다. “어떤 점
이 학인이 전도된 것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만약 전도되지 않
았다면 무엇 때문에 노비를 고위 관직자[郞]로 아는가?” 하고 하였
다. “무엇이 본래면목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조도를 행하지 말
라.”라고 하였다. 4)
이러한 문답에서 조도에 대한 대체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우선 일
반적인 견해에서 보자면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은 종적이 없는 것처럼 이른
바 임운자연任運自然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양개가 『동산선사어록』에 실
린 「현중명玄中銘」에서 “조도에 맡기지만 하늘은 텅 비어 있음[寄鳥道而寥
空]” 이라고 한 구절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바로 반야에서 극도
5)
로 강조하는 무주無住로부터 나온 것이라 하겠다. 예컨대 『금강경』에서는
마음의 문제를 논하면서 도출된 “마땅히 머묾이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킴[應
6)
無所住, 而生其心]” 이라는 유명한 구절로부터 무주의 연원을 짐작할 수 있
4) 앞의 책(大正藏47, 511a-b), “僧問: 師尋常敎學人行鳥道, 未審如何是鳥道. 師曰: 不逢一人. 云: 如何行?
師曰: 直須足下無私去. 云: 秖如行鳥道, 莫便是本來面目否? 師曰: 闍黎因甚顚倒? 云: 甚麽處是學人
顚倒? 師曰: 若不顚倒, 因甚麽却認奴作郞? 云: 如何是本來面目? 師曰: 不行鳥道.”
5) 앞의 책(大正藏47, 515b).
6) [姚秦]鳩摩羅什譯, 『金剛般若波羅蜜經』(大正藏8, 74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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