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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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묘함이다.   8)


               현로는 조도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

             기에서 ‘비록 공의 체는 적연함’이라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공의 본체가

             적연해야만이 모든 움직임에 있어서 어그러질 수 없는 조건이 된다고 하
             겠다. ‘공의 체’는 바로 양개가 말하는 일물一物 혹은 무일물無一物, 불병不
             病 등의 본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동산양개선사어록』에서 논하는 “어떤 하

             나의 물건[一物]이 있어 위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아래로는 땅을 세우는데,

             검기가 옻칠과 같다. 항상 움직이는 작용[動用] 가운데 있지만, 움직이는 가
                                    9)
             운데서도 거두지 못한다.” 라고 하는 바와 같다. 또한 ‘구가 있는 가운데
             구가 없음’이나 ‘말 없음 가운데 말이 있음’은 조동종에서 강조하는 회호回
             互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현중명」에서는 또한 다음과 같이 논한다.


                  다리를 들고 내리는 것이 조도와 다름이 없고, 앉고 눕고 다니는

                  것이 현로가 아님이 없다. 도를 향해 가지 말지니, 돌아와 아비를

                  등진다. 한밤중의 밝음은 새벽이 되어도 드러나지 않는다.                10)


               현로는 조도와 상당히 유사함을 짐작할 수 있는데, “다리를 들고 내리는

             것이 조도와 다름이 없고, 앉고 눕고 다니는 것이 현로가 아님이 없다.”라

             는 표현에서 조도와 현로는 행주좌와의 모든 행위에서 행해지는 제접법이


             8)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5c), “寄鳥道而寥空, 以玄路而該括. 雖空體寂然, 不
                乖群動. 於有句中無句, 妙在體前; 以無語中有語, 回途復妙.”
             9) 앞의 책(大正藏47, 511a), “有一物, 上拄天, 下拄地, 黑似漆, 常在動用中, 動用中收不得.”
             10) 앞의 책. “擧足下足, 鳥道無殊. 坐臥經行, 莫非玄路. 向道莫去, 歸來背父. 夜半正明, 天曉不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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