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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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얽매인 망집妄執을 녹여버리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현로와 앞에서 논한 삼종삼루三種渗漏와 연계한다면, 현로는 바로 어
삼루語渗漏에 떨어진 학인을 제접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양개는 어삼루
를 해석하기를 “묘함을 궁구하여 종宗을 잃고, 기機가 끝내 어두워, 지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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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해져 생사에 유전하게 되는 것” 라고 하고 있다. 이는 경전이나 종장宗
匠들의 가르침에 천착하여 궁극적인 묘함을 추구하여 오히려 생사에 유전
하게 됨을 말한다. 특히 『인천안목』에서는 명안明安이 “묘함을 체득하고자
종宗을 잃었음은 언어의 길[語路]에서 막힌 것이고, 구句에서 종지宗旨를 잃
었다.” 라고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이렇게 어삼루에 빠진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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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들을 현로로 제접하여 마치 쇠사슬 그물과 같이 겹겹이 얽매인 망집을
녹여내어 참다운 선리禪理를 체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두 손을 펼쳐 학인을 받아들이는 전수
삼로접인의 세 번째인 전수展手는 양개나 본적의 어록, 그리고 『인천안
목』 등의 자료에서 특별한 설명이나 용례조차도 검색되지 않는다. 다만 전
수는 손을 펴거나 두 손을 펼치거나 하는 행위이므로 그로부터 그 의미를
추정할 수 있다. 즉, 학인이 참알하러 왔다면 두 손을 펼쳐서 학인을 환영
하여 곧바로 선문禪門에 들게 한다는 제접법이라 하겠다.
기봉機鋒이 날카롭게 부딪는 조사선의 세계에서는 이미 손을 펼침만으
로도 선리禪理에 계합契合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하겠다. 이는 석존釋
尊이 출가를 원하여 찾아온 사람들에게 “잘 왔노라. 비구여![善來, 比丘]”라
12) 앞의 책(大正藏47, 513c), “三曰語渗漏, 究妙失宗, 機昧終始, 濁智流轉. 於此三種, 子宜知之.”
13)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3(大正藏48, 319a), “明安云: 體妙失宗者, 滯在語路, 句失宗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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