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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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를 삼대상론三代相論이라고 한다.
이러한 논쟁이 반세기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분파
가 형성되었다. 논쟁의 핵심은 교단 운영의 견해 차
이에 있었다. 어느 종파든 종조 사후에 이러한 일들
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다. 애초에 기카이의 3대 주
지 취임에 반대한 측에서는 그가 도겐의 정신을 제대
로 계승하고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에
조의 권유로 송나라의 5산 선찰을 견학하고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영평사를 일신했다. 그리고 당시 몽고
사진 1. 고운에조孤雲懐奘 의 침입을 우려한 막부가 모든 사원에 진호국가의 역
(다케우치 미치오竹内
道雄의 영평이조永平 할을 요구하여 영평사도 어쩔 수 없이 기도작법을 시
二祖 고운회상선사전
孤雲懐奘禅師傳). 행했다. 이러한 행보는 순선純禪을 주장한 도겐의 사
상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일련의 역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인물들의 면면과 활동 상황을 통해 파
악해 보고자 한다. 먼저 에조는 달마종의 승려였지만 도겐 문하에 들어와
오로지 그의 사상을 정리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다. 도겐이 평생 전개한 철
학인 『정법안장正法眼蔵』과 『영평광록永平廣錄』, 남송에서 수행한 기록인 『보
경기寶慶記』를 서사했다.
에조는 “자기 자신의 불심은 무명을 타파하고 진여의 광명을 수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광명장삼매光明蔵三昧』의 저술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도
겐을 모시며 받든 생생한 언어를 기록한 『정법안장수문기正法眼蔵随聞記』를
기록했다. 도겐의 사상은 물론 당시 중국과 일본 선종계의 상황, 나아가 당
시 도겐 교단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서적이 되었다. 또
한 에조가 수행 과정에서 생긴 질문에 도겐이 친절하게 가르침을 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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