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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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에조는 “좌선 수행을 하면서 선어록
             이나 공안을 읽으면 백천의 하나쯤은

             회득會得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좌선에는 그런 정도
             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좌선을
             즐겨 행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도

             겐은 “공안이나 조사의 일화를 읽고                 사진 2.  데츠 기카이徹通義介. 사진: 위키피디아.

             조금 알 것 같아도 그것은 오히려 불조가 되는 길로부터 멀어지는 인연이
             된다. 얻을 것도 없고, 깨달을 것도 없이 바르게 좌선하며 시간을 보내면,
             그것이 그대로 불조의 길이 될 것이다. 옛사람도 어록을 보는 것과 일관되

             게 좌선하는 것을 함께 권하고 있지만, 역시 좌선을 특히 권면했던 것이다.

             또한 조사의 일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은 좌선의
             효과에 의해 깨달음이 열린 인연이 된 것이다. 실질적인 효과는 좌선에 있
             다.”고 설한다. 이는 후대에 교단이 임제종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질 것인

             가라는 문제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는 법어이기도 하다.



                지관타좌라는 도겐의 정신을 지킨 에조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에조는 18살에 천태종 승려가 되었다. 정토종에

             서도 공부하고, 26세에 달마종을 연 다이니치 노닌大日能忍의 제자인 붓치
             가쿠안佛地覺晏 문하에 입참, 『수능엄경』의 ‘빈가병유頻伽缾喩, 즉 빈가병의
             두 구멍을 막고 가운데 허공을 가득히 채워 멀리 천리나 되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사용한다는 비유로 성품을 설명한 것’를 투과하여 인가받았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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