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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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약을 지어먹어야 병이 낫는 것이지 처방전만 열심히 외어 보았
자 병은 낫지 않는다. 너는 처방전만 기억하고 있으니 중생병이 낫
지 않은 것이고, 나는 약방문에 의지해서 약을 먹었기 때문에 부처
를 이루었다.
이처럼 늘 언어문자를 기억하는 것을 능사로 삼지 말고 깊이 선정을
닦으라고 간절하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으나, 아난은 부처님 생전에는
그 병을 고치지 못하고 마음으로 깨침을 얻지 못했습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가섭존자가
중심이 되어 대중들을 모아 부처님께
서 생전에 하신 법문들을 수집·정리
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아난존자도 참
석하였습니다. 아난존자의 총명·지해
는 물을 이 그릇에서 저 그릇으로 옮겨
부을 때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붓듯
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던 만
큼 부처님 법문을 수집하는 일에도 빠
질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가섭
존자가 생각해 보니 아난의 총명이 뛰
어나 부처님 법문을 다 기억은 하고 있
으나 마음으로 깨치지를 못하였으므로
실제의 부처님 법은 모르니, 그런 사람
을 대표로 내세워 결집結集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진 3. 아난 존자와 정병(윈강 18굴). 사진: 고혜련.
18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