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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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안내문을 잘 외워 자기가 본 것같이 설명할 수 있다 하여도 실

             제로 금강산을 본 사람과 못 본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니겠습
             니까?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는 데도 참으로 자기가 눈을 뜨고 자기가 법

             을 보고 자기의 마음을 깨친 후에 부처님의 법을 소개해야만 부처님 법
             문이 산 법문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녹음기 틀어 놓듯이 말로만 전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 생명이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섭존자
             는, 아난이 없으면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지 못한다는 대중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여기는 사자굴이니 너같이 마른 지해 때문에 몹쓸 병이 든 여
             우가 어찌 이 사자굴에 들어올 수 있겠느냐?” 하면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러자 아난이 애걸복걸하며, “제가 어리석어서 언어문자에만 집착하
             여 마음의 근본을 깨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떠나실 때 이제 누

             굴 의지하여 공부해야 하겠습니까? 라고 여쭈니, 부처님께서 ‘나의 대법
             大法을 가섭에게 전했으니 너는 내가 떠난 뒤 가섭을 의지해서 대법을 성

             취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 사형師兄이 나를 쫓아내시면 나는 누굴 의
             지해서 대법大法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울면서 간절히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래도 가섭존자는 “너는 지해 총명으로 몹쓸 병이 든 여우 새끼이니
             이 사자굴에는 살 수 없다.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는 이 회상會上에 꼭 참
             석하려면 깨쳐서 오너라.” 하고 기어이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렇게 쫓겨났

             으나 아는 것이 많으니 신도들이 와서 예배하고 큰스님이라고 받드니, 쫓

             겨난 것도 다 잊어버리고 마른 지해로써 다시 대중들 앞에서 법문을 했
             습니다.

                그때 또 다른 부처님 제자인 밧지[跋耆] 비구가 조용한 처소에서 공부
             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난존자가 와서 법문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구름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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