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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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여들어 번잡해져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어 아난에게 다음과 같이

          타일렀습니다.



               고요한 나무 밑에 앉아
               마음은 열반에 들어

               참선하고 게으르지 말라
               말 많아 무슨 소용 있는가.



            그제서야 아난존자가 정신이 번쩍 들어 ‘아! 큰일났구나. 가섭존자에

          게 쫓겨나 여기 와 있는 신세인데 이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가’ 하
          고 크게 반성하고는 그때부터 부처님이 생전에 그렇게 부탁해도 하지 않

          던 선정을 열심히 닦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선정을 익혔는지 그 기간
          은 기록이 없어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앉으나 서나 밤낮으로 침식을 잊고

          열심히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저녁 너무나 피곤하여
          좀 누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목침을 베려는 순간에 확철히 마음을 깨쳤습

          니다. 다시 가섭존자를 찾아가 인가印可를 받고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시아문如是我聞’, 즉 “내가 이렇게 들
          었노라.”로 시작되는 경전들이 편찬된 것입니다.



            아난존자와 여시아문



            불교 역사상 부처님 법문을 모은 경전은, 물론 그 뒤에 성립된 것도

          많이 있지만, 대개는 아난존자가 구술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습
          니다. 아난존자같이 부처님 법문을 잘 기억해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



          20                                                   『고경』 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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