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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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깨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부처님 제자이면서도 가섭존자에게 쫓

             겨나는 수모를 당하였으니 이는 곧 불교의 생명이 언어와 문자를 기억
             하는 총명에 있지 않고 마음을 깨치는 데 있음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는

             사실史實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이 근본
             생명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 없는 사람은 송장입니다. 그러

             니 송장 불교가 아닌 살아 있는 불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으로
             부처님 진리를 깨쳐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항상 말하는 것인데 팔만대장경 속에서 불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얼음 속에서 불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팔만대장경에 무슨

             잘못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고 그 언어문자에 집착되어 그러한 언어문자
             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죄가 있을 뿐임을 분명히 알아

             야 합니다.
                흔히 스님들이나 불교인들이 “선, 선, 하는데 부처님 당시에도 참선을

             시켰나? 선이라는 것은 불교 역사상 후대에 발달한 것이 아닌가?”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천만부당한 말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 시대와 가까운 때의 경전으로 인정받는 팔리어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공부하는 길로 선을 주장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늘 하신 말씀은 “공부는 좌선坐禪을 하라. 좌선을 하다가
             피로하거든 행선行禪, 즉 경행經行을 하라. 행선을 하든지 좌선을 하든지

             선을 해야지 선을 하지 않고서는 성불하는 길이 멀다.”라는 것이었습니

             다. 부처님께서도 불교의 근본 수행으로 선을 가르치셨다는 사실이 경전
             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 『성철스님 화두참선법』(장경각, 2016)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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