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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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1994년 2월 13일 봉암사 선원에서 조실 서암스님을 모시고(왼쪽부터 관성, 일수, 조실 서암스님, 월우
스님과 필자).
은둔하며 수행하는 토굴납자土窟衲子에 가까웠습니다. 백련암에 살 때
하루는 큰스님께서 “야 키달아! 내가 공부 마치고 나서 세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는데, 한국불교를 항상 걱정하던 도
반인 청담스님과 자운스님이 생각나서 결심을 멈췄지.”라고 하시는 비화
祕話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도 깨닫고 나서 바로 열반에 드시려고
했는데 천신들이 사바세계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제도해 주셔야 한다고
간청을 하자 그 결심을 멈추신 경전의 내용과 같이, 깨달으면 정신적으
로 대변환이 올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큰스님께서 평생을 통하여 은둔하며 사신 것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타고난 천성天性인 것 같습니다. 종단이나 본사의 중요한 업무가 발생했
을 때나 소임자 스님들을 만나셨고, 공부를 점검받으러 오는 스님들이나
신도 외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극히 자제하셨습니다. 권력자나 재
벌가의 유명 인사들이 큰스님과 인연을 맺으려고 무척 노력을 많이 했지
만 큰스님께서는 그들을 교화의 대상으로만 보셨지 그들의 후광이나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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