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9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P. 259
다 해도 마침내 본래의 부처는 아니다.만약 마음에서 깨닫지 못
하고서 교법에서 깨닫는다면,마음은 가벼이 여기고 가르침만 중
13
히 여겨 흙덩이나 쫓는 개 꼴이 되고 말 것이다.이것은 본 마
음을 잊었기 때문이다.본래 마음에 계합하면 될 뿐 법을 구할
필요가 없으니,마음이 곧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계가 마음을 가로막고 현상[事]이 본체
[理]를 흐리게 하여,으레 경계로부터 도망쳐 마음을 편히 하려
하고,현상을 물리쳐서 본체를 보존하려 한다.그러나 이들은 오
히려 마음이 경계를 가로막고,본체가 현상을 흐리게 한다는 사
실은 모르고 있다.마음을 비우기만 하면 경계는 저절로 비고,
본체를 고요하게만 하면 현상은 저절로 고요해지므로 거꾸로 마
음을 쓰지 말아야 한다.사람들이 보통 마음을 비우려 들지 않는
까닭은 공(空)에 떨어질까 두려워해서인데,자기 마음이 본래부
터 비었음을 모르는 것이다.어리석은 사람의 경우는 경계는 없
애려고 하면서 마음은 없애지 않는다.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마
음을 없애지 경계를 없애지 않고,나아가 보살은 마음이 허공과
같아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자기가 지은 복덕마저도 탐착하지
않는다.그러나 이 버림에는 세 등급이 있다.즉 안팎의 몸과 마
음을 다 버림이 허공과 같으며,어디에고 집착하지 않은 다음에
곳에 따라 중생에게 응하되,제도하는 주체도 제도될 대상도 모
두 잊는 것이 ‘크게 버림[大捨]’이다.만약 한편으로 도를 행하고
덕을 펴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을 이바지하여 놓아 버리고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으면 ‘중간의 버림[中捨]’이다.또한 착한 일을 널
리 행하면서도 바라는 바가 있다가 법을 듣고서 빈[空]줄을 알
고 집착하지 않으면,이것은 ‘작은 버림[小捨]’이다.
*13흙덩이나 쫓는 개:사람이 흙을 던지면 영리한 사자는 사람을 물고,미련한 개는
흙덩이만 쫓아간다는 말임.
제3권 전심법요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