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5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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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모두 사람을 교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마치 누런 잎사귀를 돈이라 하여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을 억지
로 그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실로 법이 있지 않음을 무
상정각이라 하나니,지금 이미 이 뜻을 알았다면 어찌 구구한 설
명이 더 필요하겠느냐?다만 인연 따라 묵은 업을 녹일 뿐이요,
다시 새로운 재앙을 짓지 말라.마음속은 밝고 또 밝기 때문에
옛 시절의 견해를 모두 버려야 한다.그래서 유마경 에서 이르
기를 ‘가진 것을 없애 버린다’고 하였으며, 법화경 에서는 ‘20
년 동안 항상 똥을 치게 하셨다’고 하였느니라.이것은 오로지
마음속에 지은 바 견해를 없애게 하는 것이다.또 말씀하시기를,
‘희론(戱論)의 똥을 쳐서 없앤다’고 하였다.그러므로 여래장은
본래 스스로 공적(空寂)하여 결코 한 법에라도 멈춰 머무르지 않
으므로,경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부처님의 나라도 또한 다 비었
다’고 하셨느니라.
만약 부처님의 도를 닦아 배워서 얻는다고 한다면,이와 같은
견해는 전혀 맞지가 않는 것이다.혹은 한 기연이나 한 경계를
보이기도 하며,눈썹을 치켜 뜨기도 하고 눈을 부라리기도 하여
어쩌다 서로 통하기라도 하면 곧 말하기를,‘계합하여 알았다’고
하며 혹은 ‘선의 이치를 깨쳐서 증득하였다’고 한다.그러다 갑
자기 어떤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
고 도무지 아는 게 없다가 그 사람을 대하여 무슨 도리라도 얻
게 되면 마음속이 문득 환희하여 기뻐한다.그러나 만약 상대에
게 절복당하여 상대보다 못하게 되면 속으로 섭한 생각을 품게
된다.이처럼 마음과 뜻으로 배운 선(禪)이 무슨 쓸모가 있겠느
냐!
비록 그대가 자그마한 도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한낱 마음으로 헤아리는 법일 뿐이요,우리 종문의 선도(禪道)와
제3권 전심법요 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