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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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에 의지하여 견해를 낸다면 스스로 깨닫는 길을 막는 꼴이 된
            다’라고 한 것과,또 ‘금가루가 눈에 들어간 것처럼 그 자체로는

            값나가고 보배로울지 모르지만,눈에는 이로울 것이 없다’와 같
            은 비유가 꼭 들어맞습니다.참선하는 납자들은 이 점을 마음에
            깊이 새겨서 스스로 미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또 어찌 경전을 통한 가르침만이 유독히 달마스님의 바로 가
            리키는 선[直指之禪]과 일치하지 않겠습니까?선종 문하에서도

            2조(二祖)혜가(慧可)스님의 안심(安心)과 3조(三祖)승찬(僧璨)
            스님의 참죄(懺罪)와 남악(南嶽)스님의 기왓장 갈기[磨甎]와,청
            원(靑原)스님의 수족(垂足)으로부터 비마[秘魔]스님의 나무집게

            [擎叉]와 설봉(雪峰)스님의 공 굴리기[輥逑]와 덕산(德山)스님의
            매질[棒]과 임제스님의 할(喝)에 이르기까지 1,700공안이 모두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敎外別傳)이 여덟 글자를 열어 보이
            고 두 손으로 부촉한 것인데,이 자리에서 당장 어떤 물건이라
            도 생겼다 하면 간격이 되고 장애가 됩니다.그대가 자기 자신

            에게서 철저히 깨닫지 못하고 알음알이[情意識]를 가지고 으뜸
            원(元)자 한 자라도 알아차려 마음속에 기억해 둔다면,마치 기
            름이 국수그릇에 들어간 듯 온갖 잡독이 심장에 들어갔다 하는

            것이며,또 제호(醍醐)의 맛은 세상에서 제일이지만 이런 사람에
            게는 도리어 독약이 된다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달마스님의 바로 가리키는 선
            [直指法門]에는 마음을 이용하여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생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이 자리는 발 들여놓을

            틈도 없고,손에 닿지도 않는 곳입니다.이 자리는 친히 자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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