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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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25


            로 미끄러지듯 한걸음에 성큼 밑바닥까지 쑥 들어가야 비로소
            이해하고 상응했다 할 것입니다.그러면 침 뱉으며 팔 흔드는

            등의 하찮은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위가 저절로 마음속에서
            흘러나오게 됩니다.이것은 마치 사자가 친구를 구하지 않는 것
            과 같습니다.이렇게 되면 앞에서 말한 1,700공안이,마치 여우

            가 흘린 침에 잡다한 독이 들어 있는 것처럼,쓸데없는 소리인
            줄을 알게 됩니다.어찌 털끝만큼이라도 바깥 경계에 휘둘리리

            요.
               애석합니다!때로 총명하다고 자처하는 무리들이 스스로 깨
            달으려고는 하지 않고,밤낮으로 잡다한 독구덩이 속에 웅크리

            고 앉아서 헛된 짓을 하고 있습니다.말하자면 향상(向上)이니
            향하(向下)이니,전제(全提)니 반제(半提)니,최초(最初)니 말후

            (末後)니,정안(正按)이니 방고(旁敲)니,조용(照用),주빈(主賓),
            종탈(縱奪),사활(死活)등등으로 사방팔방 쓸데없는 주석을 끌
            어들여 억지로 이론을 세우고 명자를 붙여 자기 종파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받들어,후인들을 현혹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선배들의 문장과 이론만을 비판
            검토하여 평가하기도 합니다.즉 어떤 선배의 말씀은 ‘전제(全

            提)와 향상(向上)이기 때문에 곁가지는 모두 잘라 버렸다’라고
            평가하기도 하며,어떤 선배의 말씀은 참신하고 솜씨 있게 고금

            을 요리하였다고 평가하기도 하며,어떤 선배의 말씀은 이 선을
            무미건조한 것으로만 이야기하였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이렇
            게 수만 가지로 비교하고 헤아리나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크게 통달한 선배들이라면 가슴이 확 트여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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