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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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27


            침내 종문의 큰 기대를 저버립니다.여기 어디에 소위 총림(叢
            林)을 세우고 결사[法社]를 일으킨다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세존이 세상에 출현하시고 달마스님이 인도 땅에서 오신 목
            적을 살펴보니,모두가 사람의 속박을 풀어 주려고 그런 것이었
            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애초부터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그리하여 본래 맑고 깨끗한 한 조각 자기
            바탕을 망령되게 끝없는 성색으로 물들여 끝내는 발 디딜 곳마

            저도 없게 되었습니다.부모를 떠나 애정을 끊고 출가하여 스승
            에 의지하여 도를 배우면서도,출가 이전의 번뇌를 씻어 버리지
            못했습니다.게다가 쓸데없는 허다한 이론을 거기에다 첨가하여,

            자신의 본심마저도 점점 잃어버리는 결과가 되었습니다.참으로
            가엾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선배 스승들이 차마 고소를 금치 못하고 세상에
            나와 하나의 기연을 토하고 하나의 명령을 내리셨습니다.취모
            검(吹毛劍)으로 저네들이 애지중지하던 곳을 단칼에 베어 버리

            고,생사의 명근(命根)을 끊어 주려 하였습니다.이는 진실한 자
            비심으로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어찌 자
            신들의 사사로운 명예를 위하여 가풍을 준엄하게 높여서 후학들

            의 존경을 받으려고 한 일이겠습니까!
               크게 통달한 선배들은 모두가 처음 자기 일을 분명히 밝히지

            못했을 때는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리저리 스승을 찾아다니
            면서 의심을 풀려고 노력했습니다.홀연히 어려운 화두(話頭)에
            부딪쳐서 확실히 깨치지 못하면,마치 따가운 밤송이를 삼킨 듯

            이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그런가 하면 원수를 만난 것처럼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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