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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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부처님께서 ‘말세의 중생이 한 순간만이라도 불퇴전할 생각
을 하면,그것이 바로 정각(正覺)이다’고 하셨으니,이 말씀은 참
으로 극진하다 하겠습니다.
요즈음 수행을 하는 사람은 이와는 반대입니다.처음 발심을
해도,그 발심이 온당하질 못합니다.경계 인연이 갑자기 바뀌면
잠깐 사이에 사려와 망념이 일어나 주인공 노릇이 견고하지 못
하고 어느덧 딴 길로 빠져 버릴까 걱정입니다.생각생각 이런
식으로 치달리면서 생사대사를 신속히 벗어나려 하나,마구 치
닫는 그 생각이 오히려 깨달음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
합니다.그 결과 생사대사를 깨닫겠다는 바른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허망한 생각이 스스로를 가려 버리고 맙니다.그런 상태
가 오래 계속되어 생사대사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생각을 바
꾸게 되는데,거기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 부류는 잘난 체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총명함을 여
전히 자랑하는 사람들입니다.그러니 스승과 벗이 그의 잘못된
깨달음을 꾸짖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이런 사람들은 오
직 입으로만 깨달으려 하므로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알음
알이[知解]에 빠져들어 갈 뿐입니다.사이비 반야(般若)로써 6식
(六識)속에서만 허우적거리면서 스스로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
하며,그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조금도 생각지 않습니다.따라서
그저 입으로 지껄이고 귀로 듣는 것만 복잡하게 많아질 뿐입니
다.교화의 방편이 쇠퇴하자 이런 잘못에 빠지지 않는 자가 드
뭅니다.
둘째 부류는 총명하지도 못하고 아는 것도 없는 사람들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