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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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明煩惱)및 갖가지 망상들은 모두 자성(自性)이 없습니다.다
만 자신의 마음을 미혹해서 허망에 의지해 생긴 것입니다.이것
은 마치 온도가 내려가면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은 현
상입니다.이 마음을 확연히 깨닫기만 하면 모든 허망은 그 깨
달음을 따라서 사라집니다.이것은 날씨가 따뜻해져 녹은 얼음
을 어디로 갔느냐 묻는 것으로서,이야말로 몹시 미혹된 사람이
하는 짓이라 하겠습니다.”
객승이 또 물었다.
“아무개는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악과 탐심이 일어나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그것은 어떤 상태입니까?”
나는 말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하나는 아직도 확철대
오하지 못하여 번뇌 망상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만약
더 수행하지 않으면,끝내는 번뇌 망상의 구덩이로 되돌아가는
경우입니다.또 하나는 뚜렷이 깨달아 제법을 어젯밤 꿈처럼 확
실히 꿰뚫어 보는 상태입니다.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동사
섭법(同事攝法) 을 실천할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흡사 악과
12)
탐심이 있는 듯해도,그의 진실한 마음은 어디에도 구애되지 않
습니다.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러한 행동을 확철대오하
지 못한 사람이 흉내를 내면,그 사람은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르
는 것입니다.”
12)동사섭법 불․보살들이 중생들과 고락을 함께하여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가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