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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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85
9.선업을 쌓으면 도(道)를 얻을 수 있습니까?
객승이 또 물었다.
“사람이 매일 수만 가지 착한 일을 계속해서 한다면,지극한
도체와 가까워집니까,멀어집니까?”
나는 말했다.
“도는 무위(無爲)가 근본이므로,선․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악을 행하는 것은 미혹과 허망 때문입니다.성인은 그
런 미혹과 허망을 타파하는 도구로써 착한 일을 합니다.그런
선업(善業)이 두드러지면 미망(迷妄)이 소멸되고,미망이 소멸되
면 악은 자연히 사라집니다.따라서 모든 악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 선 또한 없어집니다.옛 사람이 ‘선․악을 모두 생각지 않
으면,마음의 본체를 자연히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한 말이 있
습니다.여기서 마음의 본체란 지극한 도(道)를 말합니다.만약
악을 버리고 선만 있는 상태에서는 지극한 도(道)를 바라보려
하나 멀기만 할 뿐입니다.비유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사람들
은 변소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향기로운 냄새를 뿌려 둡니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부터 악취가 없는 곳에 자기 몸을 두느니만
은 못합니다.변소는 악에 비유된 것이고,향기는 선에 비유한
것이며,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는 것은 바로 지극한 도(道)를 비
유한 것입니다.또 사람들은 어두운 지하실을 밝히려고 횃불을
켜지만,그곳이 원래부터 밝은 방만은 못합니다.여기서 어두운
방은 악을 비유한 것이고,횃불은 선을,밝은 방은 지극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