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26
26
밤낮으로 쉬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하여 “출가(出家)했던 본뜻
을 살리고,불조(佛祖)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리라”고 맹세한다.
이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병고가 진실한 양약’이라는 본뜻
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그러나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은 도리어 병을 앓으면서도 자기에게 좋거나 싫은 상황을 사량
분별(思量分別)하여 애증만 더 두터워진다.불조의 은혜에 보답
하고자 하면서도 자기가 지어 온 업(業)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이렇게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깨달음을 구하는 무리가
아니다.그들은 오히려 불조의 진실한 말씀을 허물되게 만들 뿐
이다.
그러나 실제로 병고는 병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좋은 약
이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받아들이지 않는 자에게도 훌륭한
약이 된다.왜냐하면 피차 몸은 4대(四大)에 구속되어 있고,형
체는 외연(外緣)을 의지했기 때문이다.남들의 병이 저와 같은데
나인들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지금은 요행히도 병이 없어 몸
이 쾌적하고 편안하지만,돌고 도는 8고(八苦)속에서 건강을 자
신할 수 있겠는가?건강할 때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부지런
히 도를 닦아 번뇌의 울타리를 부수고,무명(無明)의 소굴을 분
쇄하며,열반의 험난한 함정까지도 텅 비우고 빠르게 돌아가는
생사의 흐름을 끊어야만 한다.마음 밖에서는 도를 구하지 못하
는데,깨달음[佛]을 어떻게 다른 것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위와 같이 생각한다면 좋은 약의 효과가 어찌 병든 사람에게
만 있다고 하겠는가?무릇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모두 이 말씀
에서 신비한 효험을 얻을 것이다.그런데 더구나 우리들은 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