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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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27


            출가해 선문총림(禪門叢林)에 살면서 걸핏하면 생사의 일로 평
            생의 업을 삼는다고 말은 한다.그러나 ‘병고가 바로 양약이다’

            는 밝은 가르침을 듣고서도 몽롱하게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자
            들이 있다.그런 사람들은 끝없이 윤회전생(輪回轉生)하리라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6.사찰을 잘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 손님이 말하기를,“교묘한 방법으로 이웃 사찰을 빼앗은

            속인이 있었습니다.절의 스님들은 백방으로 힘을 써 보았으나
            찾지 못했습니다.그래서 관청에서 이 문제를 다스려 주길 바랐
            으나 뜻을 펴 보지도 못하고 수고로움만 겪었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당신들은 세간 밖에 노니는
            출가한 사람들입니다.반드시 자신의 몸뚱이마저도 잊고 물욕을

            비워 이치로써 자신을 관조해야 합니다.무엇 때문에 속인들의
            취사(取捨)에 집착하는 꼴을 본받습니까?”하였다.
               옆의 객승이 말을 이었다.“그렇지 않습니다.예로부터 ‘천 년

            간이나 상주(常住)하는 사찰이요,하루 아침 살다 가는 스님이
            다’는 훈계가 있습니다.그러나 하루 살다 가는 승려가 아니라면

            누구라서 천 년을 상주하는 사찰을 보호하겠습니까?”
               다시 어떤 사람이 말했다.
               “내가 들은 것은 이와 다릅니다.변하지 않는 것을 상(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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