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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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65


            져 있다.이런 것들 모두 털끝만큼도 삼매문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다.설사 이처럼 명백히 열거한다 해도 여전히 시냇물 소리와

            산의 자태 가운데 앉아 있는 줄을 어찌 알겠는가!새우가 제아
            무리 뛰어본들 어찌 말[斗]밖을 벗어나는가.
               부상좌(孚上座)가  열반경(涅槃經) 을 강의하면서,“법신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네모나지도 둥글지도 않다.머무르는 모
            습[住相]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무르지 않는 모습[不住相]도 아니

            다.원만하게 10허(十虛)를 싸고 3제(三際)를 혼융하였다”라고
            자세히 설명했다.이때에 어떤 한 선사스님이 좌중에 있다가 코
            를 싸쥐고 비웃으면서 물러났다.그러자 부상좌가 쫓아가서 묻

            기를,“나는 법신을 설명하면서 아직 문의(文義)에 어긋난 적이
            없었는데 그대의 비웃음을 당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하자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상좌가 배웠던 것을 모두 털어놓는다
            해도 법신의 그림자 정도를 겨우 말할 뿐입니다.만일 진실한
            법에서 볼 때 상좌의 말은 법신과는 거리가 멉니다.그대는 법

            신과 상응하기를 원합니까?그렇다면 강학했던 그것을 끄집어
            내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히 앉아 있도록 하십시오.”그리
            하여 부상좌는 가르침대로 꾸준히 했더니 갑자기 호각소리를 듣

            고 활연히 깨달았다.
               그대는 말해 보라!과연 소동파가 이와 같이 깨달았는가?그

            렇지 않은가?이 도는 언설을 떠났고 지해를 끊었다.그러므로
            깊고 빈틈없이 참구하지 않고 깨닫기를 기약하며 경험적 지식
            [見聞]을 벗어나고 알음알이를 초월하려 한다면,시냇물 소리․

            산의 자태를 헛되이 잡초밭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서 깨달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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