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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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이는 뛰는 말처럼 쉽게 일어나고 정(情)은 원숭이처럼
움직이길 좋아하여 제어할 수가 없다.그러므로 성현이 예의를
제정하고 법도를 만들어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의 매우 미세한
번뇌를 미리 방지하여 그것이 점차적으로 커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가령 작은 번뇌를 막을 줄 모른다면 그 많은 집착을 어떻
게 구제하겠으며,점차적으로 커지는 번뇌를 막을 줄 모른다면
단박에 생기는 번뇌를 수습하기는 더욱 어렵다.이것은 마치 물
과 불이 미약할 때나 점차로 커지려고 하는 시초에 방지하면,
결코 물이나 불 때문에 산이 무너지고 들판이 모두 불타 버리는
지경에까지는 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그러므로 부처님께
서는 만승(萬乘)의 권세를 버리고 필부가 주는 갖은 욕을 달게
받았으며,속세의 엄청난 부귀를 모두 버리고 자기 나라의 백성
들에게서 옷과 음식을 구걸하였다.궁실의 화려함을 모두 버리
고 한 몸뚱이를 그저 초목 아래에서 굴렸으며,부모와 처자와의
관계가 매우 귀중하지만 그것을 모두 끊고 갖은 고생을 몸소 겪
으셨다.이렇게 행동하신 이유는 가없는 중생들이 한량없는 욕
심덩어리가 알음알이에 깊이 뿌리박혀,그것을 단번에 제압할
수 없는 것을 아주 애통하게 여기셨기 때문이다.그리하여 부처
님께서는 이것을 고쳐 주려고 세간에 화현(化現)하신 것이다.실
로 작은 상태일 적에 방지하고 점차로 커지려는 길목을 막는 대
지(大旨)라 하겠다.
교화가 잘 되느냐 못 되느냐는 처음부터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도덕과 욕심의 사이에서 결정된다.가령 도덕을 잘 지키
면 교화가 잘 되기를 억지로 바라지 않아도 잘 되고,반대로 욕